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뚜르 드 프랑스 2013 13 스테이지.
햇햇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3, 4, 5위이던 몰레마, 콘타도르, 크로이지거가 2, 3, 4위로 올라서면서 1위 프룸과의 시간을 1분 9초 줄였습니다.2위이던 발베르데는 GC 경쟁에서 완전 탈락했습니다.
이것이 길지도 않은 도 않은 평지 스테이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평지스테이지... 그것도 언덕이 거의 없는 경우는 사실 별다른 일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그저 조용히 들어오다가 마지막에 스프린터들만 경쟁하는...하지만 그런 곳에서 무려 1분이 넘는 시간차가 발생했다는 건 경악스러운 결과입니다.
경기 초반 브레이크 어웨이가 있었지만 다 잡히고 피니쉬를 30여 km 남긴 시점에서 삭소-틴코프가 앞으로 진격했습니다.수장인 콘타도르가 선두에서 서서...그러자 스프린터들과 그들의 팀원들도 또 벨킨의 몰레마와 텐 담도 함께 합류했구요.프룸은 추격을 놓쳤습니다.
힘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고... 벌어둔 시간이 많으니 13스테이지에선 크게 체력소모를 하지 않고 적당한 시간만 잃자는 작전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발베르데에겐 재앙과 같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군요.80여 km를 남기고 펑크로 시간을 잃은 데에다가 한참이나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추격하지 못했던 듯 합니다.그러자 더이상 기다려 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 되었고, 콘타도르는 30여 km를 남기고 칼을 뽑아든 것입니다.콘타도르는 경쟁자인 벨킨과 암묵적인 협동을 하고, 또 스프린터 팀원들과 서로 윈윈의 결과를 공유했습니다.치고 나갈 땐 삭소-틴코프의 도메스틱들이 힘을 썼지만 결국 형성된 브레이크 그룹에선 벨킨과도, 오메가와도 협동을 했습니다.오메가의 샤바넬로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에서 은근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뚜르의 주요 4강 구도인 스카이, 모비스타, 벨킨, 삭소-틴코프에서 모비스타가 탈락하고, 벨킨과 삭소-틴코프가 스프린터 팀의 힘까지 빌어서 스카이에게 1분여를 얻어냈군요.
그저 긴 거리를 페달링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물고 물리는 매우 정치적인 스포츠인 사이클 대회.그만큼 복잡한 전략이 펼쳐지기에 그런 것을 파악하고 보게 되면 아주 흥미 진진한 경기입니다.
물론...이런 전략들이 먹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싱싱한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하는 일입니다.아무리 신출귀몰한 작전을 세워도 정작 수행해내지 못하면 소용 없는 일.
프룸은 비록 1분여의 시간을 잃었지만 아직도 매우 유력한 우승 후보입니다.지금도 2위인 몰레마에게 2분 28초나 앞서있거든요.1분씩 잃은 큰 패배를 두번이나 당해도 30초 가까이 앞서있습니다.이건... 뜻하지 않은 상대의 기습에 당황하지 말고 최소의 시간손실로 커버하면서 적당히 체력을 비축하여 다음 스테이지에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스카이는 15스테이지 몽방두에서 정말 가혹한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막기 어려운 작전.
몰레마와 텐 담.벨킨의 선전이 찬란합니다.둘은 이번 대회에서 아주 폼이 좋습니다.업힐과 TT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추정하자면 둘 중 하나는 충분히 포디엄에 오를 자격이 있어보입니다.
콘타도르와 크로이지거.콘타도르... 이 선수가 참여하는 대회가 그해의 가장 돋보이는 대회라고 생각합니다.그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이지요.그가 들어가면 경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종잡을 수가 없이 흥미진진해집니다.초반 레이스에서 무뎌진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살아있었군요.크로이지거도 이번 대회에서 아주 좋습니다.솔찍히... 콘타도르보다 조금 더 나아보입니다.
발베르데...이번 대회에마저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줄은...작년 뚜르에서 수없는 낙차로 GC 경쟁을 접고, 그야말로 투어를 즐기다가 참여한 부엘타.단숨에 리더 저지를 잡았지만 불의의 낙차로 1분에 가까운 시간을 잃고, 2위에 머물렀던.물론 총 시간차가 1분을 훌쩍 넘겼기에 순위와는 무관했다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잃지 않았더라면 더욱 박빙의 승부가 이루어졌었겠지요.안타깝습니다.대신 그의 도우미 퀸타나는 발베르데를 끌지 않고 자신의 영 리더 저지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어지는 산악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에 하나입니다.GC 경쟁에서 다른 선수는 이야기할 것도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에반스도, 쉴렉도...로드리게스는 뚜르같은 코스에선 작년에 보여줬던 폭발력을 드러내기 힘든지라 완전 묻혀있네요.
스프린터 경쟁은 마르셀 키텔이 반짝이는 가운데 카벤디쉬는 이름값을 하고 있고, 사간과 그라이펠은 작년에 보여준 강함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네요.또 모르죠.아직 평지 스테이지는 많이 남았으니.
영 리더는 현재 크비아토프스키가 선두이지만 큰 산악에서 퀸타나가 역전시킬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크비아토프스키도 업힐엔 일가견이 있지만 퀸타나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어보입니다.하나 더 남은 TT는 업힐 TT라서 퀸타나가 더욱 유리한 국면이기도 하구요.
그저 그렇게 흘러갈 것같던 뚜르가 크게 요동쳤습니다.일방적으로 두들기던 스카이가 얻어맞던 경쟁자들의 몸부림에 생채기가 났군요.아직 프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밋밋하게 흘러갈 것같았던 뚜르가 생기가 돌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작년 뚜르가 생각납니다.모든 것이 예상대로만 흘러가던 그리고 가장 싱싱한 다리가 달릴 수 없이 묶여있었던 그야말로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었던 GC 경쟁이었습니다.유일한 즐거움이 프룸이 어택해서 위긴스를 떨구었을 때였습니다.순식간에 엄청난 거리를 벌려버리더군요.
그 반면 이번 뚜르는 압도적인 프룸에 대항하는 경쟁자들이 작년의 니발리처럼 무력하지 않군요.100번째 뚜르인데... 심심하게 끝나면 안되지요.14스테이지는 일단 GC 경쟁자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지나갈 거 같습니다.15스테이지의 혈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삭소-틴코프는 13스테이지에서 도메스틱들이 불살랐기에 콘타도르와 크로이지거 둘이 알아서 생존하길 바래야겠구요.스카이도 그런 삭소-틴코프를 강하게 몰아붙이진 않을 듯 합니다.15 스테이지 몽방두에서 결정타를 날리려고 준비하고 있을테니...벨킨도 14스테이지에선 눈치만... 모비스타는 한발 뺐으니 큰 영향은 못미칠 듯 합니다.
14스테이지는 스프린터 팀들이 나서서 펠로톤을 끌지 아니면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이 펠로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가져갈지 둘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네요.
하지만 13스테이지같은 일이 일어나니까 14스테이지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예상이 안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로군요.뚜르를 즐기세요~
-
꽃가을
제 글이 도움이 되신다니... 정말 다행이군요.
좀 더 도움이 되도록 신경써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
잠팅이
뜨루의 까막눈에게 등대..세르세님.ㅎㅎ
덕분에 잘 재미붙혀 보고 있습니다.아직도 모르고 궁금한게 많지만요. 감사 합니다.~ -
남자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꼼꼼하게 틀린 점 없이 쓰도록 해야겠습니다. ^^ -
빵순
글을 생생하게 잘 쓰십니다^^ 아직 잘 모르지만 공부하는 심정으로 세르세님 글 읽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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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비안 리스... 정말 죽여주는 전략가이죠?
그리고 그런 전략을 100% 수행해내는 콘타도르도 정말 멋지네요.
예상은 프룸이 다른 경쟁자들을 유린할 거 같지만 제 예상이 보기좋게 어긋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난타전이 벌어졌으면 좋겠네요. ^^ -
피네
작년 부엘타도 그렇고 삭소 감독 참 대단합니다. 승부수를 던지는 타이밍이 구냥..
이대로 죽지 않아! 라는 걸 남은 힐클라임에서도 보여줬으면 하네요. -
거북이
언제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경기에 나온 선수들 모두 좋아하는 선수들이라 모두들 부상과 불운이 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답니다.
그래서 발베르데의 불운이 더욱 안타깝고요.
콘타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경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2년이나 묶여있던 프룸이 꼭 우승해줬으면 하구요.
대신 쉽게만은 아니고 적당히 고생 좀 하구요. ^^ -
동은
항상 잘정리해주시니 제가 감사하고 즐겁죠
콘타팬이라 그런가 콘타횽이 우승은 못해도 좀더 프룸을 괴롭혀줬음 좋겠네요
정말 잼나네요 ㅎㅎ
앗!!항상 세르세님 감사합니다^^ -
하양이
감사합니다. ^^
물론 아직도 프룸이 유력하지만 뻔하게 흘러가지 않고 뜻밖의 결과가 나와주니 흥미로움이 작년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네요.
내일도... 스프린터 팀과 브레이크 어웨이의 싸움! 이렇게 한가지 결과만으로 예상해버린다면 될텐데 13스테이지처럼 기막힌 일이 벌어지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 -
비치나
역시 세르세님...^^ 더 얘기안해도 제맘알죠??ㅎㅎㅎ
어젠 철야로 못본 상황에서 이런일이 벌어지다니 집에가서 다운받아서 봐야겠네여..
말씀하신것만 봐도 흥미진진 하네요.
마지막 말이 실화로 이뤄지길...
\예상이 안된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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