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안하는데 왜 체지방이 많죠?
지우개
육식을 안하는데 왜 체지방이 많죠?
[레이디경향] 2005-03-21 19:50
늘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으며 기력이 떨어진다면? 매사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만성 소화불량에 두통이나 편두통까지 계속된다면. 겉으로 봐서 정상 체형인 경우 대부분 기력이 떨어진 것으로 자가진단하고 원기 회복을 위한 보약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내장 비만이나 체지방 과다를 의심해봐야 한다. 겉보기엔 정상으로 보여도 의외로 체지방 과다나 복부 비만이 원인인 사람이 많다.
몸이 좋지 않아 진료를 받으러 온 40대 후반의 주부 A씨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몸이 무겁고 쉽게 지치며, 푸석푸석 붓는 느낌인데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디디면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감촉이 아예 없을 때도 있고 감각이 좀 둔하다 싶을 때도 있고 어떤 땐 통증도 간혹 있다고. 어깨부터 등까지 결리면서 아프고 허리와 무릎도 온전치가 않단다. 머리 역시 항상 무겁고 심하면 두통이 있다. 원래 육식을 좋아하지 않아 가볍게 식사를 하는데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고작 밥에 간혹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이 전부인데도 말이다. 반찬은 김치에 야채 위주의 한식으로 한다. 화장실은 매일 가기는 하나 썩 시원하진 않다. 언제부턴가 생리도 불규칙하고 양도 많이 줄었다.
주부 A씨는 몸이 안 좋아 보약이나 좀 먹어 볼까 하고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40대 후반의 약간 넉넉해 보이는 체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척 보아도 비만으로 보이기에 기본적인 검사를 했다.
체성분 검사에서 키 158cm, 몸무게 58kg, 체지방은 35%, 복부 지방은 이미 표준 수치를 넘어 복부 비만으로 진단이 되었다. 체열진단에서도 역시 몸의 순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키와 몸무게라면 겉으로 봐선 누가 봐도 표준으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비만임에 틀림 없다. 몸무게는 그다지 많이 나가지 않지만 체지방 자체가 표준 범위(20~25%)를 넘었고, 게다가 복부 비만이 심각하다. 아무리 체중이 적게 나가도 체지방이 많고 복부 비만이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의 성인 중 65%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며 매년 30만 명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따라서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복부 비만은 비만 중에서도 건강에 가장 위험한 것이다. 결과를 보고 체지방 과다에 복부 비만이 심각하다고 했더니, “저는 육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먹는 거라곤 밥과 야채가 고작인데 왜 지방이 많죠?”라고 반문했다.
이런 질문은 심심찮게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름진 것, 고기 등을 먹어야만 몸에 지방이 쌓이는 줄로 안다. 체지방은 비단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쌓이는 게 아니라, 과잉 칼로리 섭취시 남는 잉여 칼로리는 모두 지방으로 바뀌어 우리 몸에 축적된다. 밥, 빵,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도, 육류나 기름진 것, 음료(탄산 음료는 물론 주스류), 알코올 등 은 몸에 들어와 소모되지 않고 잉여 칼로리로 남을 경우 지방으로 변환되어 우리 몸에 저장되는 것이다.
주부 A씨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만이 되어 몸의 순환도 잘 안 되고 순차적으로 소화불량, 어깨결림, 허리통증 등 여기저기가 나빠지게 된 것이다. 기력을 보하고 순환을 좋게 하는 한약과 더불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침, 부항, 약침, 장세척 등을 병행했다. 또 식사 습관과 식사량을 적절히 조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처방했다. 그러자 서서히 체지방이 줄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어깨결림이 없어지는 등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한달쯤 지나자 부기가 사라지고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다. 특히 A씨 자신이 비만이며 체지방 과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식습관을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밥의 양을 줄이고 그 대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고,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고 덜 맵게, 덜 짜게, 덜 달게 먹는 습관을 들였다. 이것이 생활화되면 비만으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글/정지행박사 (경희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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