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닷컴

수 년 전 타계한 시인 천상병님이..

인생은 소풍이라 비유했던 글귀가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설비와 함께 일하다가..

허리가 아파져서

혹시나 걸어다니면 풀릴까 싶어

해가 뉘엿한 시간에..

다시 산정호수 산책을 떠납니다..

항상 즐기는 코스에서..

이번엔 산정호수구름다리에서 시작하는 코스로

정반대 길로 걸어 꺼꾸로 걸어오기로 했습니다...

구름다리에서 오른편으로는 인공폭포가 하동으로

흘러내려가고.. 멀리 산정호수 한화리조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왼편으로는 당연히 호수가 보이겠지요?

가운데 우뚝한 산이 망봉산이랍니다.

망봉산 위로 낮달이 벌써 산책나와 있습니다.

호수 끝으로 보이는 산은 궁예의 슬픈 전설이 남아있는

鳴聲山... 울명, 소리성.. 말그대로 궁예의 눈물이

남은 산으로 가을엔 억새꽃 축제가 열리는 경기북부의 명산 중 하나랍니다.

구름다리를 넘어오면..

별장식당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김일성이 별장부지로 준비했다가

한국전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땅이랍니다.

여기에 시에서 호수를 조망하는 데크를 준비해

여행객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호수 맨 끝에서 반대편 맨 끝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랍니다.

사진으로 표현하긴 좀 어렵지만..

강원도 설악산처럼 뾰족뾰족한 기암의 준봉들과 송림은

산정호수가 경기북부 최고의 관광지가 되게 만든

1등공신입니다.

산정호수를 구획하는 제방에서 호수를 바라봅니다.

석양이 질무렵 호수의 색은 더 검고 깊게 느껴지네요...

왼편의 봉우리는 망무봉입니다.

망봉산이나 망무봉이나 모두가 예전에 봉화를 피우던 곳에서

유래한 이름들이랍니다.

넘어가는 해가 아쉬워..

역광인데도 한 컷 담아봅니다.

마치 밤처럼 어둡지만.. 사실은 밝은 시간이었고..

지는 태양이 호수에 드리우는 빛이 장관입니다.

초록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산정호수는

아직은 겨울인 것 같네요.

항상 쉬어가는 산정호수 목교에 다다랐습니다.

물이 찰랑대는 목교는

산책 다닐 때마다 잠시 시름도 잊고...

추억을 떠올려 보는 명상터가 되었네요..

목교는 아까 김일성 별장터와 정확하게 정반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호수 끝으로 아주 작은 점으로 김일성 별장터를 조망할 수 있지요.

석양에 물들어가는 명성산을 바라보며

산정호수 산책을 마무리 했네요..

이제 푸른 싹이 나오는 풍경이 기다려지는 계절입니다.
남도엔 봄이 벌써 왔건만..

아직도 궁예의 슬픈 전설과 분단된 나라의 아픔을 간직한

산정호수는 겨울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