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닷컴

외상상경막하출혈 두달이 다되어가는 아빠입니다

인지는 약간 떨어져서 사람을 헷갈려하거나 기억을 종종 못하시는거외엔

말씀 멀쩡하게 잘하세요. 근데 24시간 간병아주머니가 아빠가 종종

18 18 이런 욕을 한다고 그러시길래 걱정돼서 의사한테도 물어보고 그랬거든요

근데 일요일에 수다님 집에 다녀온다고 반나절을 제가 병원에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빠가 욕하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연하검사 한번 실패해서 콧줄로 캔식사 하시는데 입으로 식사하고 싶어하세요

멘닐 뭐가 먹고싶다 뭐가 땡긴다 뭐뭐사와라 하셨거든요

병원에서 점심 저녁 있었는데

같은 병실 간병아주머니들이 전부 식사때마다 챙겨오신 각종 반찬들을

휘황찬란하게 펼치며 서로 음식솜씨 자랑하느라 바쁘시대요.

고사리가 너무 고소하게 잘 볶아졌지? 냄새맡아봐.
고추장 집에서 담근건데 소고기를 다져넣어서 쌀밥이랑 먹으면 그만이지.
호박잎쌈에 강된장 가져왔네~~맛있겠다~~~

와 진짜ㅡㅡ

듣고있는 저도 침이 막 넘어가는데 냄새는 또 어떻구요

병실안이 온통 맛있는 냄새로 가득찹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그때 욕을하시는거였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18..또 저러구있네

아빠 전두엽다치셔서 욕하시는건가 치료를 받아야하나
고민했던 제가 순간 와 욕나올만 하네 이랬으니까요

식사 내내 무슨 맛집프로그램 연예인들처럼 먹는 리액션은 또 어찌나
찰지시는지 다른 환자분들 보는데 말씀못하시는 옆자리 할아버지도
음식들에 시.선.고.정.

30여분 내내 냄새고문 소리고문 당하니 욕짓거리가 안나오겠습니까?

의식없는 환자들도 아니고

거의 콧줄 식사하시는 의식있는 환자들 앞에서 꼭 저렇게
잔치열듯 식사를 하셔야하는지도 짜증이 확나더라구요

저는 집가서 밥치랴먹으면 그만이지만 환자들은 하루세번씩
고문아닌 고문을 당하고있었네요.

한마디 하고싶었지만 제가 어리기도하고 다들 어르신들이기도하고
괜히 듣기싫은 소리했다가 죄없는 아빠한테 화살돌아갈까싶어
그냥 아빠한테 후딱 연하검사 통과하고 맛난거먹자고 픽 웃고말았어요

아빠 왈 휠체어타고 나가서 티비볼때도 먹는것만 봐 짜증나.

에휴 간병인들 제발 조금만 더 환자들 배려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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